본문 바로가기

글/HQ

[오이이와] 아쿠아리움

 모바일은 재생버튼 눌러주세요.






인어 AU






인어라는 존재가 세상에 밝혀지고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은 인어를 찾기 시작했다. 노래를 부르고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는 인어들은 하나 둘 그물에 걸려 뭍으로 올라오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떨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사람과의 소통을 좋아해 얕은 물가로 자주 나오는 인어들의 습관을 미끼로 삼아 잔인하게 잡아들였고 인어들은 죽어가기 시작했다. 무차별적으로 건져 올라오는 인어들을 보호하고자 세계는 하나의 협정을 맺었고 나라마다 하나씩 인어를 위한 생태계를 만들었다. 하나의 건물이라는 곳에서 움직임을 제한 받았으나 그곳에서는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사람과 소통을 하며 마음껏 꼬리를 흔들며 물살을 가로지를 수 있었다.


인어들을 위한 시설은 아쿠아리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어마어마한 금액을 불렀다. 시설이 세워지는 기간은 길었고 인어들만 모아놓은 곳에서 인어들을 구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모두가 로망을 품고 있었고 인어들과 눈을 마주치며 소통하고 싶어했다. 인어들의 노래소리는 유리 밖으로 나와 아쿠아리움을 울렸고 아쿠아리움 안에서 자기들끼리의 세계를 만들어갔다. 아름답게 옥빛을 띄는 꼬리의 소유자는 쉽게 그들의 세계에서 우위를 차지했고, 오이카와는 인어들 사이에서 영리한 수장으로 추앙받았다. 얇은 유리벽 너머로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소통했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으나 표정으로 얘기했다. 인어들은 이런 생활에 만족을 느끼며 하루를 보냈다.


인어를 보는 것은 사람들의 큰 로망이었다. 어마어마한 가격을 들었어도 사람들의 일 순위 로망은 인어들이 가득한 아쿠아리움에서 그들과 눈을 마주하는 것이었다. 평범한 고등학생들도 다를 바 없었다. 예쁜 인어들이 많다는 소문은 남고생들의 마음을 울렸고 그로 인해 무리하게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이와이즈미는 인어라는 자체에 호기심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으나 하나마키의 조름에 어쩔 수 없이 같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야, 예쁘대. 엄청 예쁘고 아름답다고 하더라. 그래도 싫냐? 어?

아, 얘기도 못하는 애들이 뭐가 좋다고!

눈호강 모르냐, 눈호강! 진짜 딱딱하다니까.

나 아르바이트 때려 친다, 쿠소마키.




아, 미안해. 분홍색 머리의 소년의 귀에서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안 했다. 힘들게 같이 아르바이트를 행해 목표금액을 금방 채웠고 문이 열린 아쿠아라움 앞에 두 발을 딛고 서 있었다. 어마어마한 가격에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이 많아 일 주일에 한 번만 개장을 해도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입장시간이 되어 입장하는 하나마키의 기분이 하늘까지 솟았다. 어두운 내부와 상반되는 푸른 물들이 가득한 유리벽 너머의 풍경은 인어들이 보이지 않아도 아름다웠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아쿠아리움을 울리자 푸른 물만 가득했던 유리벽 너머에서 색색의 꼬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야, 이와이즈미! 여기 봐!




같은 분홍색의 머리를 가진 여자 인어가 하나마키와 이와이즈미 앞으로 다가와 유리벽에 손바닥을 대었다. 아름답다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의 외모와 물살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머릿결이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유리벽을 사이로 손을 겹치자 웃어보이는 인어에게서 빛이 나는 환상까지 보였다. 여자 인어에게 시선을 빼앗긴 하나마키를 두고 이와이즈미는 유리벽을 따라 천천히 발을 옮겼다. 이와이즈미를 향해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는 인어들이 많았다. 소통하고 싶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수족관 유리를 톡톡 치는 행동까지 했다. 그런 인어들과 눈을 맞추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 이와이즈미 앞에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사방이 푸른 물빛이었다. 인어들이 머리 위에서 헤엄치며 이와이즈미를 불렀다. 유리벽을 뚫고 나오는 인어들의 노랫소리가 넓은 공간 가득 울려퍼졌다.


옥빛의 꼬리가 천천히 물살을 가르고 이와이즈미 앞에 나타났다. 갈색빛의 머리가 물살에 따라 흔들거렸다. 홀린 듯이 남자 인어 앞에 선 이와이즈미의 손이 유리벽에 닿았다. 얇은 유리벽 사이로 시선이 얽혔다. 이와이즈미의 손바닥 앞에 겹쳐 손을 핀 오이카와는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이와이즈미는 자신이 남자 인어에 홀려 그와 시선이 얽혔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옥빛의 꼬리에 이끌렸고 그의 외모에 다시 이끌려 가까운 거리에 마주한 이와이즈미는 멍한 초점으로 인어만을 눈에 담았다. 톡톡, 유리벽을 치는 소리에 초점이 바로잡혔다. 눈 앞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갈색의 눈동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 미친.




반사적으로 내뱉었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다리를 돌렸다.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이 그 공간을 빠져나왔다. 푸른 물결이 눈에 들어왔으나 이와이즈미는 하나마키를 찾아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붉어진 얼굴은 어두운 실내가 겨우 가려주고 있었다. 하나마키를 찾으려 고개를 돌렸다. 이어진 물살을 따라 이와이즈미를 쫓아온 옥빛의 꼬리가 눈 앞에 살랑거렸다. 유리벽을 톡톡 치기도 하고 유리벽을 뚫고 나오는 유일한 노랫소리로 관심을 끌었으나 이와이즈미의 고개는 돌아가지 않았다. 귀부터 목까지 붉게 물들어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어두운 복도에선 보이지 않았으나 사방에서 빛이 자신을 향해 쏘는 느낌이었다. 시선조차 마주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아쿠아리움을 도망치듯이 벗었으나 유리를 두드리는 톡톡 소리가 귀에 한없이 맴돌았다. 






*   *   *






오이카와는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유리벽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 작은 소년에 관심이 갔다. 아쿠아리움에서 제일 넓다는 공간에 혼자 발을 들여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걸음을 옮기는 삐죽머리의 소년이 귀여웠다. 물살을 가르고 소년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소년이 귀여웠다. 소통이 하고 싶어 소년의 초점을 깨웠을뿐이었는데 순식간에 몸을 돌려 멀리 사라지는 소년에 오이카와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얇디 얇은 유리벅이지만 물 밖으로 나가면 인어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어진 수족관을 타고 타 소년을 찾았다. 계속 소년을 향해 목소리를 내었으나 소년은 자신에게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모든 불이 꺼지고 인어들만의 세상이 되었을 때, 오이카와의 머리에는 삐죽머리의 소년만이 가득했다.


불이 꺼진 건물에 인어들의 노래소리가 가득 울렸다. 대화를 하는 목소리마서 물속에서 아름답게 울려퍼졌다.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민 오이카와는 어두워진 복도를 향해 눈을 돌렸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득했던 복도는 순식간에 휑해졌고, 이제 일 주일이라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다시 사람들이 모였다. 적은 숫자의 사람들은 인어들과 소통보다는 구경을 우선으로 했지만 인어들은 그마저도 행복했다.




오이카와 씨, 시간 다 됐어요.




물을 밝히던 불마저 꺼질 시간이었다. 오이카와가 고개를 끄덕이기를 기다렸다는 듯 아쿠아리움이 순식간에 어둠으로 변했다. 인어들의 목소리도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어둠으로 가득 찬 아쿠아리움에는 침묵만이 남아있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멀고도 짧았다. 이와이즈미는 순간이지만 눈에 담았던 남자 인어를 잊을 수 없었다. 한을 풀었다며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하나마키와는 다르게 이와이즈미는 다른 의미로 아르바이트를 계속 했고 한 달을 일해 다시 입장권을 살 수 있는 돈을 모을 수 있었다. 한 달만에 다시 아쿠아리움에 발을 들이는 기분은 새로웠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푸른 빛의 물결이 펼쳐졌다. 빠른 걸음으로 아쿠아리움의 안쪽으로 향한 이와이즈미는 옥빛의 꼬리의 남자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물살을 가르며 천천히 헤엄치던 남자는 이와이즈미와 눈이 마주치자 급하게 유리벽으로 내려왔다. 뻐끔거리는 입술에서 공기방울이 올라왔으나 이와이즈미는 입술의 모양조차 읽을 수 없었다. 옥빛 꼬리의 남자가 손가락을 펴 방향을 가리켰다. 천천히 이와이즈미와 발을 맞춰 천천히 헤엄치던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 앞에 벽이 나타나자 빠르게 눈 앞에서 사라졌다. 눈 앞에서 사라진 인어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기괴한 비명소리가 이와이즈미를 불렀다.


소리가 이끄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쇳소리마저 동반한 비명소리를 따라 문을 열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적혀있었으나 이와이즈미는 쉽게 문을 열고 안으로 향할 수 있었다. 옥빛의 꼬리를 가진 남자가 콜록대며 기괴한 목소리를 뱉고 있었다. 까마귀 울음소리도 아닌 비명도 아닌 정말로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다. 이와이즈미의 발걸음이 가까워지자 오이카와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눈을 맞추기 위해 몸을 숙이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얼굴을 붙잡고 대뜸 물 속으로 끌어당겼다. 순식간에 물 속으로 빠진 이와이즈미가 허우적댔다.




안녕.




아름다운 목소리가 이와이즈미를 향해 울려퍼졌다. 남자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에 따라서 나오는 목소리는 세상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되는 아름다운 목소리가 물 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밖에서 이야기를 할 수 없어. 너와 너무 이야기하고 싶었어.




숨이 막히는 기분에 물 밖으로 고개를 내민 이와이즈미는 크게 숨을 들이쉰 후 다시 물 속으로 고개를 박았다. 여전히 미소를 유지한 채 이와이즈미에게 말을 건네는 오이카와의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커다란 손에 이와이즈미의 얼굴을 가득 감싼 오이카와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입술이 포개졌다. 혀가 뚫고 들어온 입술 사이로 차가운 인어의 숨에 순식간에 이와이즈미의 입 속으로 들어왔다. 건네받은 숨을 삼키는 것까지 확인한 오이카와의 입술이 금방 떨어졌다. 어깨가 눈에 띄게 움직였다. 물 속에서 숨을 거칠게 쉬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잠깐.......!

내 이름은, 토오루.




물 속에서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목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파동을 따라 퍼지는 목소리는 이와이즈미의 귀를 울렸다. 귀 안 가득 오이카와의 목소리와 물결을 통해 전해지는 인어들의 노랫소리가 섞여들었다. 전해지는 목소리에 홀려 오이카와 앞으로 나아간 이와이즈미와 오이카와의 거리가 좁아졌다. 오이카와의 차가운 손이 인간의 체온에 닿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으로 깊숙이 내려가는 동안에도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손을 절대로 놓지 않았다. 물살을 가르는 느낌이 좋았다. 옷이 젖어 몸에 휘감기는 느낌마저 들지 않았다. 파동 가득 소년을 손에 넣은 오이카와의 노랫소리가 아쿠아리움 가득 울려퍼졌다.

' > HQ'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이이와] 한 방향  (0) 2016.06.02
[쿠로켄] 상처  (0) 2016.05.29
[쿠로켄] 검은 고양이  (1) 2016.05.22
[마츠하나] 아이스크림  (0) 2016.05.20
[마츠하나] 어긋난 꽃  (0) 201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