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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HQ

[마츠하나]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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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하나 전력 주제 아이스크림








마츠, 아이스크림 먹을래?




질문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듣지도 않은 채 아이스크림을 향해 달려가는 분홍색의 뒤통수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입꼬리가 귀에 걸린 채 이것저것 주문하고 있는 타카히로를 따라 살며시 입꼬리가 올라갔다. 양 손에 아이스크림 콘 하나씩 쥐고 건네는 손이 예뻤다. 받아든 아이스크림과 함께 손을 쥐자 순식간에 타카히로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옆자리에 엉덩이를 붙이면서도 얼굴 색은 변함이 없었다. 눈 조차 마주치지 못해 아이스크림에 시선을 박고 입으로 가져가자 나오는 붉은 혀가 시선을 빼앗았다. 마츠카와는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을 무시한 채 타카히로를 끌어당겨 아이스크림과 함께 입술을 머금었다. 차가운 기운이 입 안에 맴돌았으나 순식간에 뜨거운 공기로 둘의 사이가 채워졌다. 떨어지는 입술 사이로 뜨거운 공기가 맴돌았다.




마츠.......

맛있네, 아이스크림.




마츠카와의 손에 쥐어졌던 아이스크림은 이미 바닥으로 추락한 지 오래였다. 붉게 변해버린 얼굴에 오르는 열을 아이스크림조차 막아주지 못했다. 타카히로의 손에 들려있는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물은 마츠카와는 다시 입술을 포갰다. 가볍게 포개진 입술 사이에서 빠르게 녹아버리는 아이스크림이 달콤했다. 타카히로의 손에서 아이스크림이 중력에 이끌려 바닥으로 추락했다. 얌전하게 닫힌 눈꺼풀과 둘 사이의 공기가 차갑고도 뜨거웠다. 





*   *   *





날카로운 굉음이 시설 한 가득 울렸다. 총 여섯 발의 총알 모두를 과녁 한 가운데에 명중시킨 타카히로는 하나마키 가의 외동아들이었다. 유난히 총기 사용에 재능을 보이는 하나마키 가의 피를 이어받은 하나마키 타카히로는 손으로 쥐어보지 않은 총기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피를 이어받아 뛰어난 재능에 타카히로는 쉽게 정부군에 합격했고 후방에서 군인들을 지휘하며 총구를 마음껏 휘둘렀다. 


세상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하나씩 늘어났으나 지휘자가 없으면 그들은 세상에 동화되어 살아간다. 그 가운데에 지휘자가 생기면 지휘자의 움직임에 하나씩 움직이고 새로운 무리를 만들어낸다. 아오바죠사이라는 이름의 반란군은 정부군과 대치되어 있는 커다란 조직이었다. 반란이라는 존재는 많았으나 모두 정부군에 패했다. 아오바죠사이라는 조직은 패한 반란군을 모집했고 세력을 키웠다. 정부군과 마주보며 쉽게 승리를 쥐어주지 않는 아오바죠사이는 정부에게 있어서 커다란 골칫덩어리였다. 아오바죠사이를 움직이고 있는 수장은 얼굴이며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유령 같은 남자였다. 타카히로는 그 남자와 딱 한 번 대치한 적이 있었으나 남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것보다 남자의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 총구에서 빠져나간 금속은 처참하게 벽에 박혔고 남자는 그림자 안으로 자취를 감췄다. 




타카히로님, 내일 전투입니다. 무리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내내 손에서 권총을 놓치 않고 과녁을 향해서 방아쇠를 당기는 타카히로에게 결국 그만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상황을 살폈다. 타카히로의 기분은 오롯이 총을 다루는 아우라에서 공기중으로 흩어졌고 감정을 느낀 군인들의 굳은 얼굴들은 두려움을 가득 안고 있었다. 점점 바닥으로 치닫는 기분이었다. 급격한 전투명령에 훈련이 필요한 군사들은 사방에서 강제로 소집되었고 타카히로도 마찬가지였다. 마츠카와와 선약은 정부 입장에선 약속이라고 치부할 가치가 없는 존재였다. 마츠카와와의 만남을 깨고 시설에 도착한 타카히로의 기분은 그 때부터 바닥으로 추락했다. 침대에 몸을 맡겨도 나아지지 않는 기분은 사람을 우울하게 몰고 갔다. 유일하게 머리에 외우고 있는 숫자들을 찍자 선명하게 통화음이 들려왔다.




[히로.]

마츠, 미안해.

[아니야, 잘 들어갔어?]




마츠카와에게 정부군이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시민들에게 있어 정부군이라는 자체는 공포이 대상이기도 했으나 분노의 대상이기도 했다. 마츠카와 역시 정부군을 좋지 않게 보고 있다는 판단에 타카히로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인지 숨긴 채 마츠카와와 만남을 지속하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나른하고 낮은 목소리에 타카히로의 입꼬리가 저절로 귀에 걸렸다. 수화기 사이로 특별한 문장들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었으나 마츠카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기분이 좌우되고 설레기 시작했다. 


타카히로에게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내일의 전투 때문에 쉴 새 없이 불려다녀야 하는 타카히로는 결국 통화를 급하게 마무리지어야 했다. 마츠카와의 목소리가 귀에서 사라지자 기분이 다시 바닥으로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어디에 서야 하는 지, 어디에서 총구를 겨눠야 모습을 들키지 않고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지는 그 누구보다 타카히로가 잘 알고 있었으나 면목상이라며 소환해 장소를 지정하고 연습을 유도하는 윗사람들에게 진절머리가 났다. 차라리 환청이라도 들렸으면 하는 낮은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았다. 움직이는 과녁들의 가운데를 모조리 뚫어버린 타카히로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짜증 나.


자신을 귀찮게 만드는 정부군도, 이렇게 독촉을 하게 만든 반란군도 모두가 증오의 대상이었다. 쓰러지듯이 누워 눈을 감는 순간까지고 타카히로의 기분은 바닥에 가라앉아 오를 기세조차 보이지 않았다.





*   *   *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복도를 가득 메웠다. 넓은 지도를 펼쳐놓고 지휘하는 남자의 손을 따라 분주하게 눈동자들이 움직였다. 깔끔하게 회의를 끝낸 남자는 모두가 나간 텅 비어버린 방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기습을 알아채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자객을 자원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으나 거기에서 마주친 저격수는 엄청난 실력자였다. 분홍색의 머리는 나를 보라고 말하는 듯 달빛 아래에서 밝게 빛났고 남자의 집중력이 조금만 흐트러졌어도 그 모습에 홀려 어딘가는 성치 않게 돌아왔을 수도 있었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를 벗어던졌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신념 하나로 아오바죠사이를 꾸렸고 반란군들 사이에서도 남자의 얼굴을 아는 자는 없었다. 마츠카와는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던 남자를 떠올렸다.




히로.




달빛 아래에서 정확하게 얼굴이 들어왔다. 가면을 전부 벗고 타카히로에게 달려갈 뻔한 다리를 겨우 붙잡고 자신을 향하는 총구를 피해 급하게 몸을 숨겼다. 서로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고 서로를 숨기고 앞에서 가면을 쓴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일 정부의 기습은 이미 뚫렸으니 당황해서 맞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타카히로와도 분명히 마주하겠지. 아오바죠사이의 미래가 천천히 그려졌다. 입꼬리가 쓰게 올라갔다. 




귀를 찢어놓을 기세로 사이렌이 울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들어오는 정부군은 자신들을 맞이하는 반란군의 숫자에 제대로 입장도 못 한 채 점차 밀려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올려 눈만 공기 중에 내보인 마츠카와는 문을 열고 밖으로 향했다. 정부군이 멍청이가 아닌 이상 정문으로만 쳐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마츠카와는 몸을 돌려 건물의 뒤로 향했다. 조용한 발걸음은 사방이 막힌 복도에서도 울리지 않았다. 마츠카와의 예상은 틀린 적이 없었다. 소수의 정부군을 이끈 타카히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분홍색의 머리는 어두운 복도에서도 눈에 띄게 밝았다. 분홍색 머리만 아니었으면 안 예뻤을까. 마스크를 고쳐 쓴 마츠카와는 어둠 속에서 단도 두 개를 정확하게 조준해 정부군의 어깨에 박았다. 아슬하게 스쳐지나간 칼날이 타카히로의 볼에 긴 생채기를 냈다. 망설임 없이 총구를 조준해 방아쇠를 당겼다. 찢어지는 굉음이 복도 가득 울려퍼졌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수장이라 불리는 남자 한 명뿐이었다. 손등의 나뭇잎. 빠르게 캐치한 타카히로는 남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으나 남자에게 한 발도 맞추지 못했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남자를 피하지 않고 받아낸 타카히로 옆으로 단도가 스쳤다. 죽을 거야. 순식간에 공포를 느낀 타카히로가 빠르게 총구를 돌렸으나 남자의 속도를 따라가기란 어려웠다. 순식간에 자신의 앞에 선 남자는 대담하게도 총구에 심장을 대고 타카히로 앞에 우뚝 두 다리를 딛고 섰다. 검은색의 천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가 익숙했다. 방아쇠를 당길 여유도 없이 남자의 손이 마스크로 올라갔다.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얼굴과 함께 타카히로의 미간도 서서히 좁혀졌다.




마츠......?

안녕, 히로.




나른한 눈빛과 다정한 웃음. 검은색의 천 사이에서 마츠카와는 똑같이 웃고 있었다. 심장 가운데로 총구를 옮긴 마츠카와는 타카히로의 심장에 손을 올렸다. 커다란 손이 심장을 감싸쥐는 느낌에 타카히로의 호흡이 길어졌다. 귀 옆에 마츠카와의 입술이 닿았다.




쏴.




나른한 목소리가 자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라고 유혹했다. 




그리고 여기에 훈장 달아.




타카히로의 심장을 쥐던 손이 사라졌다. 소매를 걷은 마츠카와는 손목부터 팔 전체에 새겨진 아오바죠사이라는 이름을 공개했다. 얼굴이 공개된 아오바죠사이의 수장은 두려움 하나 없이 타카히로의 총구 앞에 심장을 대고 서 있었다. 타카히로님! 애타게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방아쇠를 당기면 마츠카와는 세상에 더 이상 발을 딛을 수 없고 아오바죠사이는 몰락한다. 


그리고 타카히로도 몰락한다.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수장이 죽으면 이 긴 전쟁도 막을 내릴 것이고 타카히로도 자유의 몸으로서 일반인으로 살아가지만 그 생활에 마츠카와가 없다. 마츠카와는 자리에 서서 미동도 없이 타카히로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입꼬리조차 올리지 않은, 아무런 감정조차 담지 않은 표정으로 눈동자 가득 타카히로만을 담았다.




유, 언은?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사형을 집행하는 사신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얇은 방아쇠 하나만으로 사람의 목숨을 좌우한다. 질문의 대답이 살려달라는 대답이기를 간절하게 빌었다. 죽고 싶지 않다는 진실된 말이기를 간절하게 바랬다.




히로가 사 주는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입꼬리를 올리며 환하게 웃어보이는 마츠카와의 손이 타카히로의 손과 겹쳐졌다. 막을 새도 없이 방아쇠가 당겨졌고 작은 금속은 마츠카와의 심장을 정확하게 뚫고 지나갔다. 시야에서 무너지는 마츠카와를 담지 않았다. 타카히로의 눈동자는 마츠카와가 웃어보이던 그 얼굴 높이에 고정되어 있었다. 느리게 눈꺼풀이 깜박였다. 타카히로를 부르며 다가오는 군인들의 목소리도 깨울 수 없었다. 순식간에 숨이 멈춰버린 마츠카와를 따라 고개가 내려갔다. 바닥이 흥건했다. 자신을 둘러싼 군인들에게 마츠카와를 옮기라는 지시를 한 타카히로는 복도에 혼자 남자 밀려오는 정신에 고통스러워 울부짖었다. 


막았어야 했다. 나는 막았어야 했어.


벌어진 입술 사이로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모두 쏟아내고 싶었지만 눈물은 애석하게도 터지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아직 흥건한 마츠카와가 남긴 마지막 붉은 액체 속에서 고통스러운 감정들만 모조리 느끼는 게 타카히로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볼을 타고 흐르는 겨우 한 방울의 감정이 붉은 액체 사이로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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