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HQ [쿠로켄] 연인을 풀어주는 방법 센린 2016. 3. 27. 23:05 모바일은 재생버튼 눌러주세요.쿠로켄 전력 주제: 솜사탕연애한 시간은 꽤 지났다. 알고 지낸 시간 역시 아주 길었기에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쿠로오의 고백은 예측된 것이었고 아주 진지했다. 켄마가 고개를 끄덕이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연애를 시작한 건지 아닌지도 모르게 시간은 흘렀다. 한 배구부의 주장이라는 관직부터 고등학교 삼 학년이라는 나이는 쿠로오에게 많은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켄마와 함께 있는 그 일 분 일 초가 쿠로오에게는 소중했다. 게임기의 화면만 봐도 켄마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쿠로오에게는 행복이었다. 게임에 몰두한 켄마를 뒤에서 끌어안고 책을 펴 글씨를 읽는 게 쿠로오에게는 소소한 행복이었다. 쿠로오가 전부 맞춰주는 연애는 흔한 다툼 하나 없이 흘러갔다. 저기, 쿠로.좋게 시작한 데이트가 순탄치 않아도 느껴질 때, 결국 쿠로오는 켄마에게 등을 돌렸다. 쿠로오는 예전처럼 웃지 않았고 켄마의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끼워넣지도 않았다. 벤치에 앉아있는 둘 사이에 묘한 거리감까지 느껴졌다. 켄마가 이름을 불렀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표정은 딱딱했고 켄마에게 먼저 조르는 것도 오늘은 없었다. 삐친 것과는 거리가 먼 분노였다. 켄마는 자신과 쿠로오 사이에 무언가가 낀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으나 쿠로오가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알지 못했다. 쿠로오가 맞춰가는 연애에서 켄마가 자신의 연인을 향해 건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받기만 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켄마는 이제서야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여기까지 와서도, 귀찮다고 하고 싶냐?자신은 괜찮다며 켄마의 손을 잡고 장소를 떠났을 쿠로오였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잘못을 저질렀다는 기분이 강하게 느껴졌다. 우리 이제 시간이 별로 없어, 켄마. 아, 나만 네가 소중한가.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였으나 지금까지 함께 보냈던 켄마는 쿠로오가 분노와 함께 서운함까지 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켄마는 쿠로오의 기분을 어떻게 맞춰야 좋은지 알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나 그 길을 켄마는 알 수 없었다. 사람이 많은 곳을 질색하는 켄마를 겨우 꼬셔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온 놀이공원 안에서 켄마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쿠로오도 켄마에게 맞춰주려 사람이 없는 곳을 골라 이동했으나 켄마의 표정에 변화는 없었고 결국 집이라는 단어를 꺼낸 켄마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켄마, 나는 너한테 뭐야. 여전히 네코마의 주장이고, 네 소꿉친구?입술은 다물린 채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고개만 왼쪽 오른쪽으로 흔든 켄마의 옆에서 긴 한숨이 들렸다. 연인이라는 거 자각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다시 고개를 저었다. 연인이라는 것이 이렇게 싸우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켄마의 친구는 지금까지 게임 단 하나였고 옆에 친구들이 하나씩 늘어가 같이 팀을 이룬다는 것도 쿠로오가 만들었기에 알았고 승리를 손에 쥐고 네트 안의 같은 팀에게 환호를 받는다는 게 무엇인지 알아챈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항상 옆에 있던 쿠로오였기에 당연하다고 단정지었다. 켄마는 자신의 이런 생각들이 많이 어긋나있음을 오늘에서야 인지했다.집에 가자.아, 쿠.......뒤늦은 괜찮음을 표현하려 입술을 열었지만 켄마의 목소리는 마무리를 맺지 못했다. 웃고 있지 않다. 손을 대면 베일 것 같은 눈빛으로 켄마를 응시하던 쿠로오는 무릎을 펴 먼저 앞으로 나갔다. 분노를 뒤따르는 서운함까지 느껴지는 뒷모습은 당장이라도 이 사이를 깨트릴 것 같았다. 쿠로오를 잡고 괜찮음을 표현하고 싶었으나 켄마는 쿠로오의 앞모습을 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뒤를 따라 발을 맞추던 켄마는 달콤한 향기에 고개를 들었다. 형형색색의 커다한 솜이 막대기에 걸려 사람들 입에서 녹아 사라지고 있었다. 향기에 이끌린 듯 걸어가 분홍색의 솜사탕을 하나 손에 쥔 켄마는 쿠로오의 모습이 사라지기 전에 걸음을 빨리했다. 저기, 쿠로.쿠로오의 눈앞에 솜사탕을 들이밀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고 포장했다. 달콤한 냄새에 자신이 이끌렸기에 쿠로오도 당연히 이끌릴거라고 최면을 걸었다. 솜사탕에 가려진 얼굴에 드러난 표정은 읽을 수 없었지만 켄마는 늦은 후회가 몰려왔다. 단 음식에 관심이 없는 쿠로오의 표정이 어떨지 보이지 않아도 그려졌다. 솜사탕 너머의 쿠로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켄마는 허공에 솜사탕을 건넨 기분에 손을 거뒀다. 고개를 들어 쿠로오의 표정을 눈에 담기가 처음으로 두려웠다. 너는 내 남자 친구야, 쿠로. 그러니까.......켄마.솜사탕을 사이에 두고 얼굴이 가깝게 다가왔다. 솜사탕에 가려 쿠로오의 눈만 들어왔으나 켄마는 평소보다 얼굴에 열이 오름을 느꼈다. 서늘한 날씨였으나 바람 하나 느끼지 못했다. 솜사탕을 사이에 두고 얼굴이 마주했다. 먼 거리도, 그렇다고 가깝다고도 할 수 없는 거리에서 눈이 마주쳤다. 허리를 핀 쿠로오는 뜯어진 솜사탕을 물고 있었다. 행동은 빨랐다. 손을 내리고 켄마를 끌어당긴 쿠로오의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닿았다. 솜사탕이 입에서 전부 사라지기 전에 켄마의 입술을 연 쿠로오는 안으로 솜사탕을 밀어넣었다. 순식간에 설탕으로 녹아 입술 사이에서 사라지자 입술이 멀어졌다.달다, 우리 첫 키스.한 번 더? 켄마는 대답 없이 등을 돌렸다. 입술과 이빨을 훑고 지나간 자리에 솜사탕의 단맛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으나 켄마는 돌아보지 않았다. 손에 들린 솜사탕이 바람에 흔들렸다. 쿠로오의 기분이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는 사실보다 입술에 닿았던 감촉이 더 놀라웠다. 사람이 많은 곳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그리고 켄마의 첫 키스는 사람이 많은 놀이공원의 중심이었다. 지나가며 남자 둘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들을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켄마는 솜사탕을 조금 뜯었다. 입 안에서 순식간에 녹아 단맛이 퍼졌다. 솜사탕을 조금 더 뜯은 켄마는 쿠로오를 향해 몸을 돌렸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공백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새창열림) '글 > HQ' 카테고리의 다른 글 [쿠로켄] 소유욕 (1) 2016.04.10 [쿠로켄] 낙인 (1) 2016.04.03 [오이이와] 마지막 악보 (0) 2016.03.26 [오이이와] 빈자리 (2) 2016.03.24 [보쿠아카] 잊다 (0) 2016.03.22 '글/HQ' Related Articles [쿠로켄] 소유욕 [쿠로켄] 낙인 [오이이와] 마지막 악보 [오이이와] 빈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