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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HQ

[오이이와]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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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의자가 흩어졌다. 코트 위에 정적이 찾아왔다. 필사적으로 달려가 공을 띄워 살린 건 완벽했다. 하지만 세이죠의 그 누구도 공을 이어받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필사적으로 공을 코트 안으로 전달했으나 힘을 너무 준 이와이즈미는 뒤로 강하게 밀려 중심을 잃었다. 결국 바닥을 제대로 밟지 못한 이와이즈미의 몸은 벽까지 순식간에 밀렸고 머리를 보호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공을 살리려다 선수가 코트 밖 의자에 부딪히는 일은 허다했지만 벽까지 순식간에 밀려나는 일은 드물었다. 벽에 머리를 부딪혀 바닥으로 추락한 이와이즈미는 몸을 쉽게 일으키지 못했다.

 

 

 

 

이와 쨩?

 

 

 

 

머리카락은 피로 젖어었있고, 정신을 차릴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이와이즈미의 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정신을 잃지 않았다는 게 용할 정도로 머리의 충격은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어마어마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의 머리를 가슴팍으로 당겼다. 멈추지 않는 피에 운동복이 젖어들어갔지만 오이카와는 그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벌벌 떨리는 몸을 감싸안고 급하게 달려오는 들것으로 옮겼다. 밖으로 나가는 이와이즈미의 모습은 발밖에 보이지 않았다.

 

 

 


오이카와.

 

 

 


피로 젖은 팀복을 쥐었다. 주장이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것을 오이카와도 알고 있지만 이와이즈미의 부상은 오이카와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배구를 하면서 저렇게 다칠 수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지만 그 대상이 이와 이즈미라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코트에 영혼의 동반자가 사라졌다. 항상 곁에서 자신의 공을 받아 마지막을 장식할 사람이 사라진 기분에 오이카와는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이와이즈미의 부상은 순식간에 아오바죠사이의 분위기를 다운시켰다. 괜찮다며 부원들을 안심시키는 하나마키지만 이와이즈미가 실려간 문쪽으로 눈이 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지붕을 튼튼하게 받치고 있던 기둥이 교체도 되기 전에 무너져 지붕이 삐딱해졌다. 다른 기둥들이 지붕을 여전히 받치고 있지만 기울어진 지붕은 언제 추락할 지 모르는 긴장감을 유발했다. 부상은 부상, 아직 끝나지 않은 시합을 재개해야 한다는 사실이 오이카와를 더 내려앉게 만들었다. 서브를 하기 직전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하기 전에 항상 네 목소리가 들렸는데, 이와 쨩. 장난하는 말이어도 좋으니까 네 목소리가 지금 듣고 싶어. 항상 그랬듯이 공을 높이 던졌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상의 힘으로 서브를 날렸다. 보기 좋게 아웃이었다. 그렇게 한 세트를 상대에게 준 오이카와의 얼굴은 미치도록 평온했다. 이와이즈미에게 달려가고 싶어. 오이카와의 얼굴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2 세트가 시작해도 이와이즈미는 시합에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까보다 평정심을 되찾은 세이죠는 다시 천천히 점수를 내며 세트 포인트에 접근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평정심을 되찾기 보다 분노에 휩싸여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는 말에 더 가까웠다. 오이카와의 서브는 더 강력했고, 받아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만큼 장본인에게도 아웃이라는 위험부담이 존재했으나 걸림돌이 되지는 못했다. 강력한 서브는 운이 좋으면 코트 안에서 튕겨나갔고 대부분 아웃이 허다했다. 결국 오이카와는 선수 교체로 벤치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오이카와는 이와이즈미가 경기장에 없는 그 순간부터 일관된 표정이었다. 오이카와가 빠져 실수가 적어진 세이죠는 세트를 하나 따냈고 마지막 세트만을 남기고 잠시 휴식에 들었다.

 

 

 


오이카와, 정신 차려.

 

 

 


걱정이 된 마츠카와가 물을 건넸지만 오이카와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평정심을 찾고 다시 투입하라는 감독의 말에 고개를 미약하게 끄덕였으나 하나마키와 마츠카와는 오이카와의 정신은 이와이즈미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예측했다.

 


 

 

마지막 세트를 알리는 휘슬과 함께 선수들이 자리에 섰다. 시작은 오이카와였다. 상대편도 긴장되는 순간이지만, 같은 네트 안에 있는 세이죠도 방심할 수 없었다. 오이카와의 이성이 온전치 않다면 이 마지막 세트에 희망은 없었다. 경기장은 정적이 찾아왔다. 모두의 시선이 오이카와가 들고 있는 공에 집중되었다. 공을 높이 던진 오이카와는 있는 힘을 다해 상대편을 향해 공을 내리쳤다. 결과는 아웃이었다. 하나마키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 경기는 아오바죠사이것이 아니라는 미래마저 보이고 있었다.

 


 


정신 차려, 오이카와. 너, 이와이즈미한테 다음 경기를 주고 싶지 않은 거야?

 


 


마츠카와가 소리를 질렀지만 오이카와는 미동도 없었다. 이와이즈미에게 다음 경기를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이런 상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공에 집착이 강한 이와이즈미에게 흔하지 않은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었다. 이와이즈미를 코트 밖으로 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오이카와에게 이번 승부는 없었다. 다시 오이카와의 차례가 왔을 때 네트 안의 아오바죠사이는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눈으로 직접 보는 것보다 차라리 휘슬의 소리를 듣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나이스 서브, 오이카와!

 


 


정적을 깬 우렁찬 목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익숙한 목소리에 코트 안의 선수들이 모두 벤치로 시선을 돌렸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미간을 찌푸린 이와이즈미가 코트를 보고 있었다. 큰 소리에 고통이 찾아온 듯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감싸쥔 이와이즈미는 고개를 숙인 채 목소리만 내뱉었다.


 

 


멍청카와, 너 아웃만 몇 개라고? 경기 지면 뒈진다.

 


 


이와이즈미의 협박이 먹힐 리가 없었다. 하지만 상대편은 본능적으로 오이카와의 눈빛이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늘로 높이 뜨는 공은 순식간에 상대편 코트 바닥에 닿아 튕겨나갔다. 깔끔했다. 깔끔하다고밖에 정의할 수 없는 서브였다. 아주 잠깐의 정적 끝에 세이죠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이와이즈미에게 고개를 돌리자마자 눈이 마주친 오이카와는 언제나 그랬듯이 손가락 브이를 들어올렸다. 미간을 찌푸렸지만 이와이즈미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고 있다는 것을 오이카와는 캐치할 수 있었다. 마지막 세트는 아오바죠사이의 것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오이카와는 기다렸다는 듯 이와이즈미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이와 쨩, 괜찮아? 머리는?

시끄러워. 너 때문에 더 아파.

이와 쨩.

 

 

 


네가 없는 그 한 시간이, 나에게는 정말. 허리에 팔을 두르고 어깨에 이마를 댄 오이카와의 목소리에 물기가 가득했다. 팔을 풀지 않는 오이카와의 어깨가 작게 떨리고 있었다. 네가 그러고도 고 삼이냐. 날카롭게 날아드는 목소리에 오이카와의 입꼬리가 반응했다. 고개를 드는 얼굴엔 목소리에 담긴 물기가 전부 증발한 듯 반짝였고 올라간 입꼬리가 시야에 들어오자 이와이즈미는 다른 이유로 정신이 아찔했다. 또 이성 잃고 아웃 퍼부으면 넌 진짜 죽는다. 미간을 좁히며 거칠게 팔을 풀고 부원들 사이로 들어가는 이와이즈미의 귀가 붉었다. 물기 서린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는 오이카와의 목소리에 다시 반응한 이와이즈미의 얼굴이 토마토로 변했다.

 

 

 


에? 이와이즈미 선배. 얼굴 빨개요. 열 나요?

이게 다 오이카와 씨 때ㅁ, 아!

닥쳐, 멍청카와!

 




과연 배구를 하면서 이렇게 다치는 게 가능할까요.... 그냥 이와이즈미의 빈자리를 쓰려다가 너무 극단적으로 간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ㅠㅠ 편하게 봐주세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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